신라 신문왕대의 국로인 경흥법사에게는 여러 가지 일화들이 전해내려 오는데, 그 중 관음보살과 문수보살을 직접 친견한 이야기가 재미있다. 마음의 병을 얻어 한달이 넘도록 끙끙 앓고 있던 경흥법사에게 한 여승이 찾아온다. 그 여승은 열한 가지 가면을 바꿔 써가며 경흥법사를 웃게 만들었고, 신기하게도 경흥법사의 병이 씻은 듯이 깨끗하게 나았다. 알고 보니 그 여승은 남항사에 걸려 있는 탱화 속 관음보살이었던 것이다. 경흥법사가 화려한 말을 타고 가고 있을 때, 한 노승이 썩은 물고기가 담긴 광주리를 등에 메고 나타났다. 경흥법사와 함께 있던 스님이 그 노승을 비난하자, 노승은 경흥법사를 가리켜 산 고기를 다리 사이에 끼고 다니는 중도 있는데, 죽은 고기를 등에 메고 다니는 것이 뭐가 잘못이냐고 경흥법사를 나무란다. 경흥법사는 함께 있던 승려에게 그 노승을 따라가 보라고 하는데…